상단영역

본문영역

반기문 턱받이, 시나리오가 허술했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6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정치는 쇼(show)다. 표심을 먹고 사는 정치인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필연적으로 유권자들에게 보이는 부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반기문 턱받이 논란으로 상기된 쇼의 좋은 예로는 정치인들의 턱수염을 들 수 있다. 지난해 8월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모습이 핫한 스포트라이트를 이끌어냈다. 덥수룩하게 얼굴을 덮은 수염, 이는 ‘무성 대장’이란 닉네임보다는 오히려 ‘털보 아저씨’에 가까웠다.

김무성 전 대표가 이러한 모습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8월 그가 전남 진도의 팽목항을 시작으로 민생탐방을 다니면서 부터였다. 깔끔한 양복차림이 아닌 체크 남방의 편안한 복장으로 흰머리가 희끗희끗 한 채 전국을 누빈 김무성 전 대표의 모습은 러닝셔츠 차림으로 쭈그리고 앉아 속옷 빨래를 하는 모습과 함께 한층 뜨거운 화제를 뿌렸다.

반기문 턱받이 논란으로 상기된 쇼의 주인공은 미국에도 있었다. 지난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하며 고배의 쓴 잔을 들이켰다. 이후 그는 이듬해 정치활동을 재개하며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고 나타나 시선을 모았다. 대선 당시 가장 큰 패인으로 꼽혔던 하버드 출신의 ‘귀족정치인’ 이미지, 결국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수염은 기존의 이미지를 깨부수고자 했던 일종의 쇼이자 도전이었던 셈이다.

반기문 턱받이 논란으로 돌아보게 된 ‘수염 퍼포먼스’의 주인공들에 대해 한 전문가는 “정치인들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는 행위는 일종의 속성이다. 상위층에 속하는 정치인들이 서민적인 이미지를 어피하고 싶을 때 주로 나타나는 상투적인 행위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는 “정치인들은 무엇인가에 너무나 몰두하고 있어 속세에 미처 신경쓸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 수염을 기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정치인들의 쇼가 반드시 의도한 메시지만을 전달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반기문 턱받이 논란이 좋은 예다. 메시지를 전하고자 시작된 정치인의 쇼는 그 안에 진정성 있는 변화가 내재하지 않을 경우 그야말로 코스프레에 그칠 수 있다.

자칫 비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정치인들의 쇼,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어떤 정치인인 이미지 정치를 통해 지지율이 상승했다면 국민도 그의 쇼에 진정성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정치인의 쇼는 일종의 코스프레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쇼를 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서는 이후에 진정성 있는 행보가 수반돼야 할 터다. 단순히 어떠한 변화를 시도했다고 해서 무조건 그것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반기문 턱받이 논란은 어떨까.

논란은 15일 불거졌다. 이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충북 음성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했다. 민생탐방의 일환이었다. 이곳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직접 미음을 떠먹이는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논란의 빌미는 이때 제공됐다. 침상에 반듯이 누워있는 노인에게 턱받이를 한 채 미음을 떠먹였던 반기문 전 총장, 이에 몇몇 누리꾼들은 “연하작용이 떨어지는 노인에게 저런 자세로 죽을 떠먹이다간 큰일 날 수 있다. 자칫하면 죽이 기도를 막아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기문 전 총장의 행위에 위험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논란은 반기문 전 총장이 턱받이를 한 사실로 이어졌다. 포착된 사진 속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아내 유순택 여사와 함께 턱받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작 미음을 먹고 있는 노인은 턱받이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반기문 턱받이 논란이 제기되자 소설가 이외수는 자신의 SNS에 "턱받이 논란은 반기문 전 총장의 어이없는 서민 친화 코스프레의 결과물이다. 이제 정말 정치가들의 거짓말과 속임수에 진력이 난다. 제발 좀 국민들께 진실을 좀 보여달라"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턱받이 논란에 파장이 커지자 반기문 전 총장 측은 부랴부랴 해명의 말을 내놨다. 반듯하게 누워있는 노인에게 미음을 떠먹인 행위와 턱받이 착용은 모두 꽃동네의 안내에 따른 것이라는 게 해명의 요지였다.

앞서도 반기문 전 총장은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편의점에 들러 프랑스산 수입 생수를 구입하려던 모습이 포착돼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서민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감이 느껴졌던 반기문 전 총장의 행동은 티켓 발매기에 만 원권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넣으려던 모습과 함께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오미희 기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