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전년도 태풍 피해에 따른 작황 부진, 식료품 및 공산품 물가인상 여파, 유가 오름세 등이 겹쳐 설 명절 경기가 크게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유년 설 차례상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생필품 402개 상품과 공공요금, 의약품비 등 서비스가격을 제공하는 '참가격' 사이트를 통해 설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명절에 수요가 많은 25개 품목을 구입할 경우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전통시장이 19만3504원으로 가장 싸게 나타났다.
가공, 신선식품을 대상으로 설 차례상 비용을 구입처별로 비교해 보면 전통시장은 백화점(29만2680원)보다 33.9%, 기업형슈퍼마켓(23만5782원)보다 17.9%, 대형마트(21만3323원)보다는 9.3% 각각 저렴했다.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설 차례상 비용을 아끼는 지혜도 필요하지만 제수용품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고르는 요령도 유용하다. 우선 색깔이 유난히 짙거나 고운 제품은 색소를 첨가했을 우려가 있으므로 피한다. 눈에 띄게 호화로운 포장이나 광고가 요란한 선물용 제품은 실속이 떨어진다. 설 차례상 비용 증가를 부르는 요인이다.
제품 포장지에 한글 표시가 없는 수입 식품은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농수축산물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원산지 표시를 확인해야 하며, 믿을만한 농, 수, 축협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냉동·냉장 식품은 보관 기준에 따른 보관 온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고 녹아 있거나 녹았다가 다시 냉동된 흔적이 있는 것은 사지 않도록 한다. 두부·콩나물 등은 운반용 위생 상자에 생산자 이름이나 소재지, 영업 허가 번호가 표시된 제품이 안전하다.
설 차례상에 올라가는 품목별로 보면 우선 사과는 표면이 단단하고 약간 거친 느낌이 나며 전면에 햇빛을 많이 받아 골고루 붉으며 나머지 부분은 노란색이 감돌고 푸른 기가 없는 것이 좋다. 배는 점 무늬가 크고 푸른 기가 없고 짙은 황갈색을 띠는 것이 좋고 꽃자리 쪽이 튀어 나오지 않고 납작한 것이 맛 좋다. 고사리의 경우 자른 면이 고르지 않고 독특한 향기가 강한 것이 국산이며 줄기가 길고 굵으며 윗부분 잎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은 중국산으로 보면 된다. 국내산 곶감은 과육이 물렁물렁하고 흰 가루가 적은 편이나 중국산은 딱딱하고 흰 가루가 많으며 곰팡이 자국도 많다.
설 차례상 비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쇠고기는 섞여 있거나 붙어 있는 지방의 색깔이 노란색이 아닌 하얀색일수록 좋다는 점만은 기억해보자. 지방의 색깔은 어린 소일수록 희며 영양가 높은 사료를 먹고 자랄수록 흰색을 띠기 때문이다. 생선의 경우 눈알만 제대로 봐도 고르기 쉽다. 눈알의 형태가 흐트러졌거나 눈동자가 볼록하지 않고 희뿌옇다면 의심부터 해보자.
축산물은 유통업체별로 가격차가 클 수 있다. 평상시 가격에 맞춰 더 많은 명절 수요를 기다리는 유통업체도 있으므로 몇 군데 시장이나 마트의 가격을 알아본 뒤 구입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소비자원의 설 차례상 비용 조사에서는 쇠고기는 전통시장, 돼지고기는 대형마트가 각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상에게 올리는 먹거리라 다소 비싸더라도 국내산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전통시장을 찾는다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전국 126곳을 대상으로 선정한 ‘2016년 원산지표시 우수 전통시장’ 리스트도 참조해보자. 전북 군산공설시장, 강원 정선시장, 충남 금산인삼약령시장, 전북 익산서동시장, 서울 우림시장, 부산 좌동시장, 대구 관문시장, 광주 양동시장, 대전 문창시장, 경기 수원못골시장, 충북 청주가경터미널시장, 제주 동문재래시장 등 12곳이다.
설 차례상 비용에선 제외되지만 꼭 챙겨야할 게 선물인데 예약 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추거나 그도 안되면 가격대를 먼저 정하고 그 가격에 맞는 선물을 구입하는 자제심이 필요할 듯하다.
박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