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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멜버른 찬가’, 그토록 우렁찬 이유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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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그토록 컸던 만큼 강해져서 돌아왔다.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 정현(삼성증권 후원)이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서 실로 값진 2승째를 올렸다.

세계랭킹 105위 정현은 17일 호주 멜버른에서 벌어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한층 강해진 서브와 날카로운 스트로크를 앞세워 아르헨티나의 렌조 올리보(79위)를 3-0(6-2 6-3 6-2)으로 셧아웃시켰다. 2015년 US오픈에서 메이저 데뷔승을 거둔 이후 두 번째 승리를 따낸 정현은 64강에 안착, 우상 이형택이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달성한 한국선수 최고 성적인 16강을 향해 힘차게 진군을 시작했다.

2015년 윔블던을 통해 메이저 무대 단식 본선에 데뷔한 정현은 그해 US오픈에서 본선 첫 승을 거둔 뒤 지난해에는 호주오픈, 프랑스오픈에 출전했으나 연속 1회전 탈락해 메이저 단식 본선 성적은 2승 4패를 기록 중이다. [시진=스포츠Q 제공]

강해진 부활 서브에 힘이 더해진 부활 포핸드였다.

정현에게 지난해는 롤러코스터였다. 자세 불안으로 슬럼프에 빠져 프랑스오픈 이후 넉달 동안이나 선수생활을 중단해야 했다. 스스로 그토록 원했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어렵사리 얻고도 끝내 포기해야 했던 부상의 악령도 있었다.

화불단행. 그야말로 정현에게 불운은 홀로 오지 않았다. 세계 51위로 출발했던 랭킹도 세 자릿수로 밀려나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마저 낳게 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몰락을 설명하는 '입스(yips)'가 정현에게도 엄습했다. 조그마한 실패가 어느새 쌓여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에 속에 자꾸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드는 증세. 그에 따라 호흡은 가빠지고 손에도 경련이 일어나는 등 불안 증세가 심해지면서 라켓을 잡기조차 힘들어지는 시련이 정현에게 닥쳤다.

정현은 6월 윔블던 출전을 앞두고 복부 근육 부상으로 참가를 철회한 뒤 국내에서 재활을 병행하며 무너진 밸런스와 포핸드 그립, 서브자세를 집중적으로 교정했다.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에는 일본의 유명 지도자인 고우라 다케시 코치로부터 원 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착실하게 복귀를 준비했다.

정현은 복귀하면서 "서브와 포핸드 등 문제가 있는 부분은 윤용일 코치님과 상의하면서 교정했다. 특히 고우라 코치에게 새롭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덕분에 흐트러진 밸런스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 3위 로저 페더러가 재활훈련으로 리우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생긴 빈 자리가 정현에게 돌아왔지만 재활이 먼저여서 끝내 리우행을 결심하지 못했다. 정현은 "2016년 첫 번째 목표가 올림픽 출전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꼭 올림픽에 뛰고 싶었지만 길게 생각하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많은 테니스 팬들이 아쉬워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게는 큰 결정이었다. 4년 뒤 도쿄올림픽에는 꼭 출전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던 정현이었다.

정현으로서는 재활 과정에서 대선배인 박성희 소장(박성희퍼포먼스 심리연구소)과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멘탈도 끌어올린 게 자신감 회복에 큰 힘이 됐다. 정현을 지도하고 있는 윤용일 코치는 "모험이라면 모험이었다. 사실 시즌을 접는 것도 고려했지만 생각보다 정현이 빨리 힘든 시간을 잘 견뎌냈다"며 "정현이 스스로 포핸드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고 새출발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5월 프랑스오픈 이후 혹독한 여름나기로 4개월 간의 재활을 끝내고 9월 중국에서 열린 난창챌린저를 통해 코트에 복귀했다. 세계랭킹 146위까지 추락했던 정현은 지난해 10월 챌린저급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 세계랭킹을 104위까지 끌어올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새해 첫날 정현은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에어셀 첸나이오픈 예선 2회전에서 전 세계랭킹 8위 위르겐 멜처(오스트리아)를 완파하며 7개월 만에 ATP투어 본선 무대를 밟으며 회복 페이스를 확인시켰다. 지난해 말 태국에서 3주 동안 훈련하면서 약점을 더욱 집중적으로 보완한 결과, 서브의 스피드와 각도가 좋아졌고 포핸드도 강해졌다.

‘포스트 이형택’ 정현의 힘찬 스트로크가 정유년 첫 달부터 멜버른 찬가로 우렁차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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