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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석 헌법재판관, '촌철살인' 질문의 정석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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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대한 심판절차를 밟고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은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이다. 이들은 재판정에서 발언 횟수가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명했기 때문에 그들이 질문을 많이 할 경우 선입견과 필요 이상의 오해를 부를 수 있어 '전략적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그래도 서기석 재판관 등은 이상한 논리로 시중에 떠도는 '헌재괴담'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증인 심문 과정에서 질문을 한 번도 안 한 헌법재판관 2명이 탄핵 기각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내용인데 SBS는 지난 17일 이같은 괴담의 진위를 집중해부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다음달 13일 퇴임하게 되면 인용이냐, 기각이냐를 결정하는 재판관이 7명으로 줄어들어 2명만 반대해도 기각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당시 보도 이전까지 14차례 변론기일 발언을 조사한 결과 한 번도 질문을 안 한 재판관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조용호, 서기석 재판관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창종 재판관의 질문이 10회 이상 질문한 나머지 재판관들보다는 훨씬 적었다. 그러나 서, 조 재판관의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한다는 차원이었다면 다른 재판관들의 질문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대통령의 헌법, 법률 위반 여부를 따져보는데 지장이 없다. 다른 질문을 경청하는 것도 말하지 않는 질문이라고 본다면 그렇다. 어디까지나 질문 횟수로 탄핵정국의 본질을 흐리려는 이같은 유언비어에 헌법재판관의 명예가 훼손돼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가운데 서기석 재판관이 20일 재판정에서 던진 촌철살인의 질문이 의미있는 증언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고 있다. 증인으로 나온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미르,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과 관련해 "지시를 받을 때 '기밀사항이니 은밀히 (재단 설립을) 검토하라'고 했다"고 답하자 서기석 재판관은 “설립 검토를 왜 경제수석비서관실에서 하는 지 생각 안 해봤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방 전 행정관은 “그 당시엔 특별히 업무영역과 관련 없이 여러 가지 일을 했다”고 답했다.

서기석 재판관의 논리는 다시 정곡을 찔렀다. “출연금을 기업들로부터 받아야 하니까 기업에 영향력이 있는 경제수석실이 나선 것 아니냐”고 더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이에 방 전 행정관은 “추측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고 답변함에 따라 최순실 씨가 주도한 재단 설립에 기업들을 동원하는데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증거가 일단의 실체로 드러난 것이다.

서기석 재판관의 이 질문 하나는 검찰과 특검의 많은 수사자료 증거들를 한 번에 확인해주는 중요한 요약이 됐다. 서울지방법원장을 지낸 서기석 헌법재판관은 지난달 31일 퇴임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과 같은 64세로 이제 남은 8명의 헌재 재판정에서 김이수 재판관과 더불어 가장 나이가 많다. 그 경륜만큼이나 빛을 발한 '질문의 정석'이었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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