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다수의 팬을 확보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팝가수 토미 페이지가 사망했다. 향년 47세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 토미 페이지는 뉴욕의 자택에서 목을 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토미 페이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동성애자였던 토미 페이지는 배우자 찰리와 세 자녀에게 유서 형식의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외증조 할머니가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뿌렸던 토미 페이지는 1988년 18살의 나이로 데뷔해 1990년대를 풍미했다. 꽃미남 외모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토미 페이지는 'I’ll Be Your Everything'(아이 윌 비 유어 에브리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I’ll Be Your Everything'는 1990년 4월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으며 무려 13주 동안 40위권에 머무르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토미 페이지는 1990년대 초중반에 걸쳐 한국에 수차례 방문하며 당대의 인기 스타 하수빈과 초콜릿 광고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토미 페이지는 하수빈에게 노래 ‘I'm falling in love’를 선물해 화제를 모았다.

토미 페이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한 할리우드 스타들은 SNS를 통해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평소 토미 페이지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작곡가 다이안 워렌은 자신의 트위터에 "너무나 절망적이다. 토미 페이지 당신은 내가 사랑한 마지막 사람이다. 대체 왜 그랬나?"라는 글을 남기며 토미 페이지의 죽음을 비통해했다.

뉴키즈 온 더 블록의 멤버 조나단 나이트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당신이 빛을 찾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당신의 밝은 영혼은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 입니다"라고 적으며 토미 페이지를 추모했다.

현재 다수의 외신들은 토미 페이지가 살아생전 극심한 우울증과 싸워왔다고 보도하고 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자살과 같은 비극적 선택을 초래하게 하는 우울증, 토미 페이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또 한 번 경보를 울렸다.

지난해 국립정신건강센터는 국내에 거주 중인 15~70세 인구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1.7%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서도 응답자들은 심각한 스트레스(37.6%), 생활에 불편을 주는 기분변화(30.9%), 지속적인 우울감(28.6%)과 불면(24.4%), 불안(24.1%)등을 심하게 호소했다. 특히 응답자 중 24.1%는 심각한 정신건강의 문제로 일상생활 혹은 사회 활동에 제약을 느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대화다. 하지만 조사 결과 문제를 가진 사람 중 상담을 경험한 비율은 고작 24.1%에 불과했다. 그들의 상담 대상 또한 가족 및 친지(45.3%), 친구나 이웃(37.7%) 등 비전문인들이 대다수였으며 정신과 의사나 간호사는 16.6%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030년경이면 우울증이 전 세계 인류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질병이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이에 WHO는 올해 4월 7일 ‘World Health Day(세계보건의 날)’의 슬로건을 ‘Depression: Let's Talk’로 정하고 우울증 인식과 예방을 위한 활동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토미 페이지의 죽음으로 다시금 경각심이 일깨워진 우울증, 이에 대해 WHO는 열 가지 우울증 대응 방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WHO가 권고한 우울증 대응 매뉴얼은 다음과 같다.

1. 당신의 느끼는 우울감에 대해 당신이 믿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 하라.

2. 정신과의사나 정신건강전문가 등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라.

3. 적절한 치료와 상담으로 활용하라.

4. 우울증을 앓지 않았던 때에 즐겨했던 활동을 유지하라.

5. 가족이나 친구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하라.

6. 잠깐의 산책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7. 규칙적으로 먹고 자라.

8. 스스로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라

9. 술과 불법적인 약물의 복용을 피하라.

10. 자살 충동이 있을 때는 1577-0199로 전화해 즉시 상담을 받아라.

오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