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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의 야생화 기행] '산악인의 영원한 고향' 설악산의 꽃, 산솜다리 !

  • Editor. 김인철
  • 입력 2017.06.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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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은 Leontopodium leiolepis Nakai.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5월 하순에서 6월 중순 사이 산 타기 좋을 때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 전이니 많은 이들이 쾌적한 계절이 가기 전 높고 큰 산을 오르자며 길을 나섭니다.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는 유명한 말처럼 많은 이들이 그저 산이 거기 있고 계절이 하 좋아 전국의 내로라하는 높고 깊은 산에 오릅니다. 그런데 이 시기 유독 설악산만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있는 이 산 저 산에 오르는 게 아니라, 한사코 설악산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 있습니다. 설악산 중에서도 험하기가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는 공룡능선을, 용의 이빨을 닮았다는 용아장성을, 그리고 야성미 넘치는 서북능선을 젖 먹던 힘까지 써가며 오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설악산의 여러 산줄기 중에서도 험준하기로 손꼽히는 산길을 골라 오르는 이들의 목표는 이른바 ‘산악인의 꽃’ 산솜다리를 만나는 것입니다.

 
‘산악인의 꽃’이란 별칭답게 설악산 높은 능선에 핀 산솜다리(Leontopodium leiolepis Nakai)가 첩첩 연봉을 굽어보고 있다.

흔히 설악산이 산악인들에겐 마음의 고향으로 꼽히니, 그곳에 피는 산솜다리가 ‘산악인의 꽃’으로 불리는 건 그럴싸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연유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한국산악회와 대한산악연맹이 각각 홈페이지에서 밝힌, 산솜다리 형태의 상징 마크를 채택한 이유는 다소 달랐습니다. 한국산악회는 1945년 설립과 동시에 “고원지대에 서식하는 강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지닌 에델바이스 꽃”으로 상징 마크의 테두리 모양을 도안했다는 것입니다. 1962년 창립된 대한산악연맹은 “우리 고유의 식물이자 고산에서 자라나는 솜다리(에델바이스)로 산악인의 기상을 표현”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노란색 두상화와 하얀 솜털이 촘촘히 덮인 포엽이 특징인 산솜다리 꽃송이.

어찌 됐건 두 단체 모두 산솜다리는 아예 거론조차 않고, 상징 마크에 에델바이스를 담았다고 했는데, 이는 에델바이스와 솜다리, 산솜다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레온토포디움(Leontopodium)이란 속명을 쓰는 솜다리 속 식물은 50여 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도 5종이 자생합니다.

 
설악산 능선 주위 바위 틈새, 또는 바위 겉에 뿌리를 내리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생하는 산솜다리.

솜다리와 산솜다리, 한라솜다리, 왜솜다리, 그리고 몇 해 전 신종으로 분류된 설악솜다리입니다. 그중 솜다리(Leontopodium coreanum)는 금강산 등 북한 지역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현재 설악산에서 만나는 종은 산솜다리거나 설악솜다리뿐입니다. 한라솜다리는 이름대로 한라산에서 자생하고, 일본에서 자라는 종이라는 뜻의 왜(倭)솜다리(Leontopodium japonicum Miq.)는 설악산이 아닌, 소백산 이북 고산지대에서 자랍니다.

 
길쭉한 포엽 등 산솜다리와 다소 차이를 보이는 에델바이스(Leontopodium alpinum). 경기도 포천 평강식물원에서 담았다.

불후의 명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제곡 가사로 너무도 널리 알려진 에델바이스(Leontopodium alpinum)는 솜다리·산솜다리와 마찬가지로 같은 솜다리 속 식물이긴 하지만 종소명(alpinum)이 엄연히 다른 식물인데, 우리나라에는 없고 유럽이나 남미 고산지대에서만 자랍니다. 그럼에도 1970~80년대 한창 수학여행이 유행하던 시절 설악산 일대 기념품 가게 등지에서 압화한 산솜다리를 액자 등에 넣어 에델바이스, 또는 ‘한국의 에델바이스’라는 이름으로 숱하게 팔았으니, 당시 얼마나 많은 산솜다리가 사라졌을지 짐작이 됩니다.

 
소백산 이북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왜솜다리(Leontopodium japonicum Miq.). 강원도 평창에서 만났다.

아예 멸종되지 않고 명맥이 유지되어 온 것만도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아 산악인들을, 야생화 동호인들을 설악의 고봉 능선으로 부르는 산솜다리는 ‘솜다리’란 이름에서 짐작되듯 꽃과 줄기, 잎 등 10~25cm의 전초에 솜처럼 흰 털이 숭숭 나 있는 게 특징입니다. 특히 꽃잎처럼 보이는 6~9개의 포엽이 연한 노란색의 두상화를 둘러싸고 별 모양을 만들고 있는데, 하얀 털이 촘촘히 덮여 있습니다. 그 흰 솜털은 물기가 부족한 고산 식물에는 습기를 머금는 역할과, 칼바람과 추위에 맞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글 사진: 김인철 야생화 사진작가(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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