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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조윤선, '죄송하다는 말이 자기값 잃은 시대'의 구형 수위는?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7.03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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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실형이 구형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조윤선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각각 구형했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과 함께 정부 비판 성향 문화예술인 배제 명단인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한 혐의로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등 3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서도 나란히 징역 5년씩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또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는 징역 6년,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 사건은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국가 최고 권력이 남용된 것으로 사안이 중대하다"라며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기준 또한 국가안전보장 등과는 무관한 이성적 국가에서 도저히 상정할 수 없는 기준이었다"라고 구형 베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대상자는 사실상 1만명 남짓 이르렀고, 사실상 생계와 직결되는 보조금 등 모든 지원이 무조건 배제됐다"라며 "실행 방법 또한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문체부 특정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로 증언한 혐의도 받았다. 조윤선 전 장관 역시 국회 국정감사·국정조사에 출석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는 등 거짓으로 증언한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 과정에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은 책임은 통감하지만, 범행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왔다. 김기춘 전 실장은 피고인신문에서 "사약을 받으라고 독배를 들이밀면 깨끗이 마시고 끝내겠다"고 말해 정치적 책임에만 방점을 찍었다.

조윤선 전 장관은 피고인신문을 통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를 알았다면 당장 중단했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지만 "보고받은 바 없고, 지시한 적 없다"라고 모르쇠 증언으로 일관했다. 김종덕 전 장관도 재판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업무에 일부 관여한 것은 맞지만, 윗선의 지시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의 선고 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이런 가운데 이같은 ‘블랙리스트’로 입은 피해와 관련해 문화예술인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이 형사 재판 뒤로 미뤄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는 이날 고연옥 극작가(연극인회의 공동대표) 등 461명이 정부와 박 전 대통령 등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형사재판이 마무리돼야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피고로는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장관 외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단체도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지, 작성 및 실행에 피고들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구체적 행위가 특정돼야 한다"며 "원고들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등 현 상태에서는 파악되지 않는데 형사재판이 끝나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민사소송 진행 방침에 원고와 피고 측은 모두 동의함에 따라 다음 기일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대리인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바 없다"고 주장했고, 김기춘 전 실장 대리인은 "원고가 청구한 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다. 기각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윤선 전 장관 대리인도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조 전 장관 행위에 대한 입증이 구체화되면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예술위와 영진위, 콘진원 측 대리인도 모두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바 없다"며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특검은 증인으로 나왔던 장용석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부장의 진술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특검은 "'죄송하다는 말이 자기값을 잃어버린 시대'라며 피해자의 고통을 잘 안다고 소회한 장 과장의 진술에도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마땅히 중형에 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조윤선 전 장관에게 징역 6년 등 ‘블랙리스트 사범’들에게 3~7년의 구형이 내려진 결심공판장에서는 조윤선 전 장관과 그의 남편 박성엽 변호사가 법정에서 나란히 눈물을 흘려 주목을 받았다. 조윤선-박성엽 부부는 서로 피고인과 변호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최후변론을 통해 "변호사 생활 30여년 하면서 개인적으로 형사 법정에 한 번도 서 본적 없다"라며 "미숙한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오히려 잘 설명해주시는 등 이해해준 재판부에게 감사드린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저나 조윤선 전 장관이나 모두에게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며 "조윤선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신문 보도가 나온 이후 하루하루 안타까움에 시달렸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한 적이 없다'라고 외치는 것뿐이었다"라며 "조윤선 전 장관의 흉상을 만들어 화형식을 하는 모습 등은 그야말로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라고 돌아봤다.

박 변호사의 변론이 이어지면서 그의 옆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조윤선 전 장관도 숨죽여 눈물을 흘렸다. 박 변호사는 "조윤선 전 장관이 구속된 후 면회를 가 '절대 쓰러지지 말자'라고 했다"라며 "이제 판단은 재판부 몫으로 남겨졌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려면서 '진인사 대천명'란 표현을 끌어왔다.

그는 "배우자란 같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등 운명과 같은 존재라 생각한다"라며 "조윤선 전 장관이 구속된 후 텅 빈 방 안에서 제가 느낀 것은 '지켜주겠다'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무력감이었다"라며 변론을 마무리했다. 변론이 끝나자 조윤선 부부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27일 내려지는 선고는 국정농단 사태의 또 다른 축인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첫 판결이기에 민사 소송은 물론 문체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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