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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왜 기간제 교사들은 뿔났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7.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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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일자리 정책 과제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로 나타났다.

20일 KTV 국민방송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지난달 7~28일 포털사이트,SNS 등을 통해 ‘새 정부 일자리 정책 설문 참여 이벤트’(복수응답)를 실시한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 5411명 가운데 69%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 56%, ‘법정 근로시간 축소’ 42%, ‘자유로운 휴가사용 문화’가 28%로 뒤따랐다.
‘청년실업이 줄지 않는 이유’는 ‘대·중소기업간 일자리 양극화 심화’ 때문이라고 답한 이가 89%로 가장 많았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 미흡’도 56%에 달했다.

이렇듯 비정규직 차별 해소는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어젠다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호 현장방문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만큼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는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는 이날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열어 정규직 전환 기준과 방법,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방안 등을 담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브리핑을 통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특별실태조사를 거쳐 9월 중으로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은 3단계로 추진되는데 정부와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852개 기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31만 명이 그 첫 단계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고 특히 기간제 근로자 19만 명은 올해 말까지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는 게 요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정규직 전환 검토 대상에 오른 파견·용역 근로자는 청소원, 경비원, 시설관리원이 전체의 63.6%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기간제는 19만명, 파견·용역은 12만명으로 집계됐다.

정규직 전환 원칙으로는 △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전환 △ 충분한 노사협의를 통한 자율적 추진 △ 고용안정·차별개선·일자리 질 개선의 단계적 추진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며 정규직과 연대해 추진 △ 국민 공감대 형성 가능한 지속가능한 방향 등으로 정해졌다.

정규직 전환 기준인 상시·지속업무의 판단 기준은 완화된다. 종전 기준은 연중 10~11개월 이상 계속, 과거 2년 이상 지속, 향후 2년 이상 예상 등을 모두 충족해야 했지만 새 기준에서는 연중 9개월 이상 계속, 향후 2년 이상 예상 등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또 기간제는 되도록 올해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대상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파견·용역직 역시 노사와 전문가 협의를 통해 전환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공무직, 상담직 등 적합한 명칭으로 변경하고, 절감되는 용역업체 이윤은 반드시 전환자 처우 개선에 활용하도록 했다. 특히 그동안 기간제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던 관행을 없애고 상시·지속적 업무가 신설되거나 기존 근로자가 퇴사하는 경우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감독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첫 단계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2단계에선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지방공기업 자회사로, 3단계에선 일부 민간위탁기관 등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8월까지 각 기관의 인력 전환 규모와 계획을 수렴해 9월까지는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해 소요 재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가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골자. 정규직 전환 예외사유에 포함된 기간제 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래픽출처=고용노동부]

이렇게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비정규직 고용안정 확보의 첫 발을 내디뎠지만 과제는 적지 않다. 특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 임금체계 개편 등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반발과 갈등 해소가 중요하다.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중 정규직 전환 예외사유로 포함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기간제 교사들은 "채용사유와 절차가 다르다고 정규직화가 어렵다는 것은 핑계"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임용시험만 거치지 않을 뿐 채용사유와 절차, 고용형태, 노동조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펴며 정규적 전환에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직 전환 요구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기간제 교사와 시간강사는 모두 5만5418명으로 전체 기간제 근로자(19만1000명)의 29%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대상은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9만5000명인데 이 가운데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은 제외됐다.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기간제 교사들은 4만6000여명에 달한다.

고용부는 "현재 가이드라인에는 타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등 교사·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를 전환 예외사유로 포함하고 있다"며 "기존 교사와 채용사유, 절차, 고용형태, 노동조건이 다르다"고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는 "기간제 교사들도 알음알음으로 고용되는 게 아니라 공개전형 절차를 거쳐 임용된 교사"라며 "국가에서 정교사를 충분히 채용하지 않아 생기는 정교사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정교사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간제교사들은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계약 만료 시기가 가까워지면 다음 학기에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며 "고용불안으로 교사가 장기적인 교육계획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질 높은 교육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가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모범적인 공공부문 사용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 발표의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계도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는 지난 정부보다 상당히 축소됐지만, 교사와 강사 등 일부 직종을 명기하고 있고 ‘다른 공공기관(자회사 포함)에 위탁 또는 용역사업을 주고 있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어 이를 악용할 가능성과 갈등과 분쟁의 여지를 열어놓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기간제 정규직 전환 예외사유라 하더라도 기관의 상황을 감안해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추진돼야 하고, 설사 예외 대상이라 하더라도 고용보장과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5000여명의 기간제 교사들로 구성된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고용부와 교육부 등을 방문해 면담을 요청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돌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마침 이날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기자회견이 열려 고 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의로운 희생을 다시 한 번 기리며 기간제 교사들의 명예회복도 뜻깊게 되새겼다. 하지만 이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서 장밋빛 기대에서 밀려나게 된 기간제 교사들은 ‘차별 철폐’를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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