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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마라탕후루, 어디까지 갈거니?

  • Editor. 이수아 기자
  • 입력 2023.10.30 0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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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밑에서 그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짚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풍속도요, 미래 변화상의 단초일 수 있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동향 분석이기도 합니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흐름을 놓치지 마세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이수아 기자] 오랜만에 모교에 들를 일이 있었다. 학창 시절 늘 지나던 고교 앞 사거리 풍경은 많이 변해 있었다. 중, 고교 내내 방과 후 간식을 책임져 준 분식집이 사라지고 대신 마라탕 가게가 생겼다. 그 옆으론 중저가 프렌차이즈 카페가, 길 건너에는 탕후루 상점이 들어서 있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상점 앞에 개업 축하 화분이 도열해 있었다. 낯선 거리 풍경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라탕 인기가 아무리 좋아도, ‘국민분식’ 떡볶이를 밀어낼 수 있다고?

■ 지금 우리는 마라탕후루?

식사는 마라탕, 식사 후 간식은 탕후루. 요즘 10대의 이른바 ‘국룰’ 조합이다. 마라탕과 탕후루를 합쳐서 세트 메뉴처럼 마라탕후루라고 부르는 말까지 생겨났다.

탕후루는 중국 화베이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간식으로, 한국에선 딸기, 포도, 귤, 토마토 등 다양한 종류의 과일로 탕후루를 만든다. 과일꼬치 위에 시럽처럼 끈적하게 끓인 설탕을 입혀 차갑게 굳히면 겉은 사탕처럼 바삭하고 속은 새콤달콤 촉촉한 탕후루가 완성된다. 과일과 설탕의 새콤달콤한 맛과 단단한 설탕 코팅과 대비되는 과일의 식감, 화려한 색감과 유리구슬처럼 반짝이는 비주얼로 1020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화려한 색감과 유리구슬 같은 비주얼로 탕후루는 1020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사진출처=위키백과]
화려한 색감과 유리구슬 같은 비주얼로 탕후루는 1020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사진출처=위키백과]

마라탕 역시 중국 스촨성에서 기원해 둥베이 지방을 거쳐 만들어진 중국의 탕 요리다. 마라탕의 ‘마’는 산초의 화하고 알싸한 매운맛, ‘라’는 고추의 매운맛을 의미한다. 중국 남부에서 기원한 만큼 강렬한 맛이 특징이다. 초피, 팔각, 정향, 회향, 산초 등 향신료를 사용한 향미유에 고춧가루와 두반장을 넣고 사골육수, 야채와 고기, 두부, 완자 등을 넣어 끓이면 붉고 뜨겁고 자극적인 마라탕이 완성된다.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강렬한 매운맛과 이색적인 향을 느낄 수 있어 새로운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핫하다.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마라탕 인기에 힘입어 이와 비슷한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탕후루와 마라탕은 한국에 들어오며 입맛에 맞게 변형을 거쳤다. 일종의 현지화다. 원래 탕후루는 신맛이 매우 강한 산사나무 열매 꼬치에 설탕 코팅을 입혀 먹는 간식이었지만 새콤달콤한 각종 과일로 재료가 바뀌었고, 마라탕 역시 향신료에 익숙지 않고 국물 맛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을 위해 향신료 맛이 약해지고 국물 역시 진한 사골 육수로 바뀌는 등 변주했다.

적절한 현지화 전략과 이색적인 맛으로 마라탕과 탕후루는 MZ세대 사이에 널리 퍼졌다. 특허청에 따르면, 탕후루 상표 특허는 지난 7~8월에만 100개 이상 출원되며 폭발적으로 매장 수가 늘었다. 10월 기준 180개 이상의 탕후루 상표가 출원 및 등록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1위 탕후루 프랜차이즈인 달콤왕가탕후루는 매장 수가 2020년 16개, 2021년 11개, 2022년 43개였지만, 현재는 전국에 42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마라탕은 10월 기준 228개 상표 특허가 출원 및 등록돼 있고 국내 1위 마라탕 프랜차이즈인 탕화쿵푸는 현재 전국 4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마라탕과 탕후루를 변형한 퓨전 요리 역시 쏟아지고 있다. 강렬한 매운맛의 마라는 떡볶이, 치킨, 피자 등 매운맛이 들어갈 수 있는 많은 음식에 침투했고 탕후루 역시 과일이 들어가는 다른 디저트와 합쳐지며 탕후루 마카롱, 탕후루 빙수 등 변화무쌍하게 진화하고 있다.

■ 유행시기와 이유

마라탕 유행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2016년도 무렵 한국에 들어온 마라탕은, 한국의 매운맛과 다른 알싸하고 화한 매운 맛으로 2018년부터 1020세대 사이에 본격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기자가 마라탕을 처음 접한 것도 이 무렵으로, 처음 마라탕을 먹고 마치 치약처럼 느껴지는 화한 맛에 냅킨으로 혓바닥을 닦아냈던 기억이 잊히질 않는다. 그러나 넣고 싶은 재료와 양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 혼밥이 쉽다는 점, 맵지 않은 백탕으로 주문할 시에는 샤브샤브처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데도 자주 찾게 됐다.

마라탕은 강렬한 매운맛과 이색적인 향으로 대체하기 힘든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라탕은 강렬한 매운맛과 이색적인 향으로 대체하기 힘든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라탕을 좋아하는 한 25세 여성은 “한창 중독됐을 때는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먹었던 것 같다”며 “원래 향신료 맛을 좋아해 마라탕의 강한 맛 역시 좋아하게 됐다. 마라탕 말고는 그렇게 향신료를 맛볼 수 있는 음식이 한국에 별로 없지 않나. 대체품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마라탕에 빠진 이유를 밝혔다.

중독적인 맛으로 서서히 성장해 온 마라탕은 코로나 시기, 배달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포장 및 배달에 용이하단 장점에 힘입어 인기 정점에 올랐다. 배달의민족이 발표한 ‘배민트렌드 2022’에 따르면, 마라탕은 2021년 배민에서 10대가 가장 많이 주문한 메뉴 1위였다. 네이버의 ‘2022 블로그 리포트’ 분석 결과에서도 10대 여성들의 1위 관심사 키워드는 마라탕이었다. ‘배민트렌드 2023 가을겨울편’에서도 마라맛을 활용한 마라로제의 주문 수가 2022년과 비교해 6.3배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라’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탕후루가 모습을 드러낸 것도 마라탕과 비슷한 시기다. 코로나 이전 홍대 입구와 건대 입구 등 서울 곳곳에서 탕후루 노점을 볼 수 있었고 2020년 스팸에서 스팸 탕후루 광고를 할 정도로 반짝 인기를 끌었다. GS25에선 생과일과 꼬치, 탕후루용 시럽을 탕후루키트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의 유행은 오래가지 못했고, 코로나로 인해 노점 운영이 힘들어지면서 탕후루 유행은 시드는가 싶었다.

지금의 폭발적인 탕후루 유행을 다시 부른 건 유튜브 ASMR(자율 감각 쾌감 반응) 영상들이다. 과일꼬치의 다양한 색깔, 설탕 코팅으로 인해 유리처럼 도는 광택, 씹을 때 나는 와작와작한 소리가 먹방, ASMR 영상을 즐기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재료가 단순하고 만드는 법 역시 쉬워 영상을 보고 맛이 궁금해진 소비자가 집에서 따라 만들기도 수월했다. 이는 SNS를 통한 수많은 인증글로 이어졌고, 탕후루를 접해본 적 없는 다른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탕후루 유행을 다시 부른 유튜브 ASMR(자율 감각 쾌감 반응) 영상. [사진출처=유튜브]
탕후루 유행을 다시 부른 유튜브 ASMR(자율 감각 쾌감 반응) 영상. [사진출처=유튜브]

기자 또한 이번 유행을 계기로 탕후루를 처음 맛보았다. 반짝이는 설탕코팅과 색이 진한 과일이 우선 눈길을 끌었고 혀에 닿자마자 짜릿하게 느껴질 정도로 달았다. 겉 부분의 설탕 코팅이 생각보다 딱딱해 사탕을 씹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딱딱한 껍질을 깨부수자 물렁하고 새콤한 과일이 들어있어서, 맛과 식감의 대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올해 초부터 다시 시작된 탕후루 유행은 탕후루 매장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다. 필요 설비가 적어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고 매장이 대부분 테이크아웃으로 운영되는 점이 증가 원인이 됐다. 탕후루 소비자가 많은 여학교 앞은 하루 매출이 500만 원 이상 나온다는 정보가 창업 커뮤니티에 떠돌 정도다. 그러나 탕후루의 지금 인기와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마라탕후루 전문점 창업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 마라탕후루가 직면한 위기

마라탕은 인기가 시작된 3년 전부터 줄곧 위생 관련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위생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마라탕 프랜차이즈 상위업체 600곳의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는 119건으로, 매장 수 대비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떡볶이, 치킨 프랜차이즈의 위반 건수 비율 11%, 9%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가장 많은 위반유형은 ‘기준 및 규격 위반’으로 54건이었으며, ‘위생교육 미이수’ 및 ‘건강진단 미실시’가 각 12건으로 다음 순서로 많았다. ‘기준 및 규격 위반’은 식품 내 이물질 혼합, 보존 및 유통기준 위반 등이 주로 해당한다.

재료를 오픈형 냉장고에 세팅해두고 손님이 원하는 만큼 골라 담을 수 있는 마라탕 매장의 특성상 이물질 혼합과 유통기한 관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높은 칼로리와 자극적인 매운맛으로 인한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의 건강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탕후루는 당분으로 인한 청소년 비만 및 당뇨, 치아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맛은 있지만, 설탕 시럽에 과일 자체의 당까지 더해져 혈당이 급속하게 올라가면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체내에 지방 축적을 촉진시킨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탕후루를 먹는다면) 아주 가끔만 먹되, 그날엔 기름진 음식은 최대한 피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치과의사 역시 지난달 17일 유튜브 채널에서 “확실히 맛은 있지만 탕후루는 충치에 최악의 음식인 것 같다”며 탕후루가 치아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설탕을 씌운 것이라 끈적하게 치아에 들러붙는 게 충치 유발지수가 굉장히 높을 것”이라며 “치아에는 미세한 홈에 박힌 당분은 칫솔모보다 작다. 양치해도 완전히 제거되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탕후루를 향한 전문가 걱정은 국정감사까지 이어졌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안재근 의원은 "전국 초.중.고 소아 당뇨 환자가 2021년 3111명에서 올해 4월 1일 기준 3855명으로 늘었다"며 "어린이 식생활안전특별법에 따라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해서 식약처가 판매업소를 별도로 관리해야 하고 고열량 저영양 어린이 기호식품 등의 판매 금지 등의 조치를 통해서 어린이 식생활 안전 관리에 힘써야 한다. 또 올바른 식생활 정보 제공 등을 위해서 영양성분 표시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탕후루 같은 식품은 업체가 자율적으로 열량 표시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며 "기호식품을 그동안 7년에 한 번씩 개선했는데 목록을 다시 수정하고, 식생활 패턴 변화를 좀 더 유연하게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 마라탕후루, 어디까지 갈거니?

과거에도 탕후루와 같은 디저트 열풍은 자주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유행했던 대만 카스테라다. 당시 대만 카스테라는 국내에 돌풍을 일으키며 급격히 점포수를 늘렸지만 2017년 먹거리 엑스파일 보도로 인해 한순간에 몰락했고, 수많은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닫아야했다. 이후 유행한 마카롱, 흑당버블티 역시 한때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전문점 수가 증가했지만 당분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제기되며 인기가 식었다. 이는 카스테라와 마찬가지로 많은 전문점이 문을 닫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카스테라와 마카롱, 버블티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카페, 베이커리 등으로 메뉴가 흡수되는 수순을 밟았다. 이젠 중식의 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마라탕처럼, 탕후루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서울 마포구 마라탕 전문점에선 최근 탕후루를 메뉴에 추가했다. 마라탕후루 유행과 함께 마라탕 가게에서도 탕후루를 찾는 손님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게를 자주 찾는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탕후루를 팔아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사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탕후루 메뉴를 오래 유지하진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과일과 설탕 시럽은 마라탕과 재료가 겹치지 않아 재고 관리가 어렵다”며 “과일은 잘 상하는 만큼 관리도, 종류를 늘리기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조각 케이크 등 디저트를 위주로 판매하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도 최근 탕후루를 팔기 시작했다. 탕후루의 갑작스런 인기 때문이었지만 재료가 생과일과 설탕 등 케이크에도 자주 사용되는 식재료였던 것도 메뉴를 추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사장은 “탕후루 재료인 샤인머스켓은 예전부터도 생크림 케이크와 과일타르트 메뉴 때문에 공급받았고, 다른 과일 역시 계절마다 디저트 종류를 바꿔가며 사용했기 때문에 약간 양을 늘리는 정도로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트렌드코리아 2016’에서 김난도 교수는 2015년 소비 흐름을 분석하며 “일시적 불황에는 매운맛, 장기 불황에는 단맛이 뜬다”고 전망한 바 있다. 긴 불황 속 여전한 인기를 누리는 마라탕과 새로 떠오른 탕후루의 인기를 보면 그의 말이 설득력을 지니는 듯하다.

장기 불황에 빠진 한국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면 마라탕과 탕후루는 정말 사라질까? 그것이 과연 실현될지 그리고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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