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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투자자문업 바람, 그 이유와 전망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4.03.22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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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잠잠했던 은행권의 투자자문업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최근 진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홍콩H지수(항셍중국 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이 겹쳐 은행들의 투자자문업 러시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투자자문업 도입을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도입 방법에 대한 컨설팅을 받기 위한 설명회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내 컨설팅을 마치고 결과가 나오면 금융당국에 허가를 받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 본사 전경 [사진=NH농협은행 제공]
NH농협은행 본사 전경 [사진=NH농협은행 제공]

투자자문업은 은행의 비은행업 사업 모델 다각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은행들이 한정적인 업무 영역 내에서 이자수익만 갖고선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도입 관련해서는 컨설팅을 통해 자문을 구하는 수준”이라며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진출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 다각화 차원 중 하나다. 도입 여부는 컨설팅 결과를 보고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과 마찬가지로 은행권에선 최근 투자자문업 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투자자문업은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판단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고 자문 수수료를 수취하는 비즈니스다.

금융당국은 그 동안 은행권의 투자자문업 진출이 증권, 운용업계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부동산 한정으로 투자 자문을 허용했는데, 2021년 투자자문업 진출을 허용하며 증권, 파생 등 다양한 부분에서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KB국민은행만이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투자자문업을 승인을 받고 자격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자문업에 대한 은행권의 소극적인 태도는 투자일임법 허용에 대한 업계 기대감이 높아짐에 기인한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은 비이자수익 확대 방안 일환으로 자산관리(WM) 영역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투자일임업은 투자자문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정 수수료를 받고 금융사가 직접 돈을 불려주는 사업을 말한다. 이러한 WM 서비스 활성화로 수수료를 취해 ‘이자 장사’ 굴레를 벗어나겠다는 계산이다.

투자자문업에 집중해 아무리 좋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해도 고객이 실행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다. 하지만 투자일임업에선 은행들이 알아서 리밸런싱하고, 고객 자산을 관리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비이자 확대 방안 측면에서 투자일임업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평가돼 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바로 홍콩H지수 ELS 누적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불거지면서다.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은행권 숙원인 투자일임업 진출은 더 어려워지게 됐다. 투자일임업 허용 시 은행 관리 비즈니스 확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고위험상품 판매 금지를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탓에 당분간 인가 추진도 힘들게 됐다.

이런 가운데 홍콩 ELS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 영업 관행이 자문형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의 투자 상품 영업 관행은 개별·소수 상품을 고객에게 권고하는 판매 중심인데, 판매 위주 영업 관행에선 은행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변동성 높은 상품을 고객에게 제시한다. 자문형 영업은 고객 재무 상황이나 투자 경험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은행이 알맞은 복수의 투자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고객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만큼 당장의 수익률만이 아니라 전체 자산의 균형에 초점을 맞춰 상품을 영업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을 포함해 다양한 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국민은행이 지난해 초 투자자문업에 진출했을 당시 타 은행들은 국민은행의 선제적인 움직임에 주목하기도 했다. 특히 은행이 갖고 있는 고객에 대한 접점, 네트워크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서울 시내 NH농협은행 지점 [사진=NH농협은행 제공]
서울 시내 NH농협은행 지점 [사진=NH농협은행 제공]

현재 논의 중이라는 농협은행뿐만 아니라 타 시중은행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 제한된 부분을 풀어주고, 활성화될 기류가 있다고 한다면 은행들도 투자자문업 전반에 대한 도입과 진출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투자자문업 도입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은행권이 금융 시장 환경 변화 예측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투자일임업이든 투자자문업이든 투자 관련 비즈니스가 활발히 논의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홍콩H지수 ELS 사태 등 은행들의 투자 사업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들이 영업 범위를 넓히고 싶어 하지만 당분간 투자 저변을 넓히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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