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엄정효 기자]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23일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남긴 유서에 적힌 내용 중 일부다. 그는 유서를 모두 3통 남겼다. 이 중 2통은 가족에게, 1통은 당원들에게 보낸 글로 알려졌다. 그의 사망 소식에 심상정 의원, 이정미 대표, 최석 대변인 등 정의당 주요 인사들뿐 아니라 정치계 안팎에서는 많은 이들이 충격과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노 원내대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가운데 충격을 딛고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날 노회찬 원내대표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의사에 따라 당원들에게 남긴 유서만 취재진에 공개했다. 노 원내대표는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원을 받았다"며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노 원내대표는 "법정형으로도 당의징계로도 부족하다"며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노회찬 원내대표가 갑작스럽게 투신해 사망한 가운데 허익범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노 원내대표를 금품으로 얽어맨 뒤 대가를 요구하는 등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지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를 직접 수사할 수는 없지만 드루킹 일당을 상대로는 전모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이같은 진상규명이 결국 금전 수수 사실을 시인하고 후회한다고 밝힌 노 원내대표의 뜻을 존중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품을 전달한 경로로 알려진 노회찬 원내대표의 유족에 대한 수사는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원내대표 역시 유서를 통해 자신의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으나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노회찬 원내대표의 빈소가 꾸려지기 전 심상정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관계자들과 유족들은 장례식장을 찾았다. 정의당은 노 원내대표 빈소에서 긴급회의를 한 뒤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여론몰이식으로 진행된 수사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유감을 표한다"며 "드루킹 특검은 애초 특검의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표적 수사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은 회의를 통해 노회찬 원내대표 장례식을 정의당장으로 5일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정미 대표가 상임장례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전체 장례는 26일 오후 7시 추모제, 27일 오전 10시 국회 영결식 등으로 엄수된다.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알려졌다.